BOOKS

인문학협동조합에서 기획하거나 조합원들이 펴낸 책을 소개합니다.

진격의 독학자들
: 스스로 배움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

인문학협동조합기획

‘독학자’란 무엇인가. 그건 사전적으로 ‘스승이 없는 사람 혹은 학교에 다니지 아니하고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스승’이나 ‘학교’는 어디까지나 제도적인 측면을 일컬을 따름이다. 진정한 독학자에게는 만인이 스승이고 학교는 도처에 있다. 그런 점에서 ‘독학자’는 기성 제도로부터 탈주하거나 소외된 인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탈주와 소외로부터 수많은 배움의 단서를 풍부하게 획득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학자’는 언제나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제도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게끔 한다.



안녕이라 하기 전에

권보연, 손진원, 한보성, 김은정 지음

엄마와 딸은 가장 가깝게 연대하지만, 깊은 세대 간 젠더 갈등을 겪기도 한다. 독립된 주체로서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기회가 부족하고, 희생적 모성이나 애증 관계로 소비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는 “엄마와 딸, 진짜 이야기를 나눌 시간” 이라는 슬로건 하에서 모녀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여성을 위한 창발서사 기반 TRPG(Table talk role playing game) [안녕이라 하기 전에]는 여성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는 능동적 창작 방법을 고안하고 젠더 의식과 세대 간 가치관 이해를 참여 문화 형식으로 구현하려는 게임 디자인, 여성 서사 학습과 실험의 결과물이다. [안녕이라 하기 전에]는 이야기 놀이의 규칙을 통해 세대와 젠더 경험을 소통하는 TRPG이며위중한 엄마 곁에서 그녀의 마지막 밤을 지키는 딸의 기억을 통해 상황이 재현된다. 이것은 TRPG가 생소한 플레이어들도 쉽게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서사 경험 전략으로 선택되었다.



비주류 선언

텍스트릿 엮음
이지용, 김준현, 이융희, 손진원, 김세아, 박해울

장르 전문 비평팀 텍스트릿의 서브컬처 본격 비평집. 국내 서브컬처 창작자와 연구자들로 구성된 장르 전문 비평팀 텍스트릿의 이야기를 모은 첫 번째 결과물이다. 장르와 관련된 콘텐츠를 비평하고, 나아가 장르와 현대사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규명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판타지, SF, 무협, 로맨스와 같이 대표적인 장르부터 19금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게임 판타지, 히어로물, 케이팝 등 현재 한국의 서브컬처를 이끌고 있는 가장 뜨거운 장르까지, 장르에 관한 최전선의 담론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즐긴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젊은 서브컬처 연구자들의 비평을 통해 지금-여기 장르 문학과 서브컬처의 의미를 찾는다.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고영 지음

고전문학을 공부한 저자가 음식과 미각에 깃든 문화와 역사, 음식문화일대 풍경을 탐구한 기록이다. 저자는 특히 최근 백 년 사이 현대의 충격과 함께 급변해온 음식문화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오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왜 먹는지를 질문하면서 일상의 식생활 풍경 속으로 파고든다. 또한 미식에 대해 선망이 어떻게 생겨나며 음식산업이 이에 어찌 대응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떠한 대중문화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종횡무진 살핀다. 지역별, 계절별, 재료별 각양각색 김치들, 빵과 과자의 기본기술, 옛사람들의 떡국 조리법, 소금 한 톨이 만들어지는 이야기 등등이 오늘 우리 밥상 위 음식을 다시 바라보고 새로이 감각하도록 이끈다.



웹 소설 작가의 일

김준현 지음

문학 연구자이자 웹소설 작가가 말하는 이론과 실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소설 연구자이자 학자가 쓴 웹소설 책이라는 점에서 일단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의 저자는 또한 현재 '네이버 시리즈' 같은 주요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웹소설 작가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이론과 실제를 아우른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딱딱한 이론서도 아니고, 또 단순히 웹소설과 관련된 '기술'을 가르쳐 주는 책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은 많은 웹소설 관련 도서 중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한다. 웹소설을 쓸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쌍방향 소통이 중심이 되는 웹의 시대에 '작가란 누구인가', '창작이란 무엇인가', 또 '작가가 하는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웹소설이 아니더라도 21세기 문화예술 장르의 소통과 유통 방식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읽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계비평들

임태훈, 강부원, 장병극 지음

2000년대 중반 한국에 싹을 틔운 '기계비평'의 지평을 가늠하는 <기계비평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고장 난 스마트폰을 고치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으나, 통신사 약정 만료 기간이 닥칠 때마다 이상이 생기는 이 기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무감각한 시민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하게는, 2010년대 끝자락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들의 경고음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학습 예제집이라 할 만하다. 



기파

박해울 지음

한국 SF의 미래를 이끌어 갈 역량 있는 신예 작가를 매년 배출해온 한국과학문학상. 2018의 주인공은 박해울이다. 그의 장편 SF <기파>는 5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압축적이고, 개성적이며, 독보적인 소설"이라는 찬사와 함께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었으며, 특히 심사를 맡은 소설가 김보영, 김창규로부터 "글은 기술이 아닌 인격으로 쓴다는 걸 보여준 따듯한 작품", "어느 하나 빠진 것 없는 균형의 결정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향가 '찬기파랑가'와 SF를 접목한 작품인 <기파>는 신라 시대 화랑으로 널리 알려진 '기파'가 해독자에 따라 의사로도, 심지어는 승려로도 해독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추리 형식의 미스터리 SF다. 작품 배경은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근미래로, 예기치 못한 운석 충돌로 난파된 우주크루즈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인명을 구한 영웅 '기파'를 구출하려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에서 도망치는 기파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난파 사고의 진상과 영웅의 실체가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낸다.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오혜진 지음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이라는 글로 한국문학계와 인문학계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활약해온 문학연구자 오혜진의 첫 단독 저작. 당시 그는 2015년 신경숙 표절 사건을 한국문학비평계의 낡은 교양과 감수성이 집합적으로 드러난 계기로 사유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비평의 권위를 회복함으로써 한국문학(장)을 정화할 수 있다고 본 당시 '문학권력 비판론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문단권력/문학권력'을 격렬히 비판한 논자들조차 한국사회의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조건을 포착하지 못한 채 20세기적 계몽주의 프레임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은 한국문학(장)에서 감지되는 바로 그 퇴행의 징후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페미니즘과 소수자정치에 입각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준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소설을 비롯해 극영화, 다큐멘터리, 웹툰 등의 디지털 매체를 가로지르는 이 비평들을 통해 우리는 문학(성) 자체를 끊임없이 갱신하게 될 것이다.



구조 요청의 동역학

김대성 지음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 혹은 새로운 비평 정신의 첫세대”로 평가받는 문학평론가 김대성의 두 번째 비평집이다. 저자는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무너지고 쓰러질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절실한 것은 미래나 희망이 아니라 오늘을 지켜줄 수 있는 대피소라고 주장한다. 대피소에선 사소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것이 사람을 살리고 구한다. 한 잔의 물, 한마디의 말, 몸을 덮어줄 한 장의 담요, 각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소중했던 기억 한 자락. 대피소에 당도한 이들은 그제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대피소의 희미한 불빛은 회복하는 존재들의 몸(flesh)이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발열에 가깝다. 누군가의 작은 ‘두드림’만으로도 금세 깨어나는 힘들이 서로를 붙들 때 그 맞잡음이 온기가 되어 대피소를 데운다. 세상의 모든 대피소는 오늘의 폐허를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회복하는 세계를 비추는 등대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이론

강신규, 나보라, 신현우, 이경혁, 이정엽, 임태훈, 천정환, 홍현영

한국사회에서 지속되어왔던 선정성·폭력성 등 재현의 문제부터 중독·도박성 담론까지 지난하고 비생산적인 논쟁을 넘어서, 게임을 하나의 인식적 대상으로 설정하고 철저한 이론적 분석을 담아낸 저서다. 게임을 단순히 한정된 경계 안에서 분석하지 않고 미디어·문학·철학·정치경제학비판·역사 등 인문 철학적 연구의 다양한 틀을 넘나들며 ‘문화연구’의 통섭적 시각에서 게임을 다룬다. 게임학-게임문화연구의 개론서로서 게임제작자, 게임이용자, 산업관계자들에게는 게임에 대한 인식적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형식적인 수용자 및 서브컬처 분석에 매몰되어왔던 문화연구에도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웹툰작가평론선 한승원

류수연 지음

만화웹툰작가평론선. 
만화 잡지의 황금기로 기록되는 1990년대. 순정만화 역시 본격적인 잡지 시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붐을 일으켰다. 만화가 한승원은 바로 그런 순정만화 잡지 시대를 이끌어 간 대표적인 작가였다.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그림과 섬세한 감정 묘사로 이어지는 서사는 한승원 만화의 트레이드 마크다. 저자 류수연은 가장 '순정만화'다운 작품, 그래서 오히려 때로는 제 몫의 정당한 평가를 획득하지 못했던 한승원의 만화를 다시 사유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돌아보고자 한다.



딸아, 연애를 해라
자유롭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딸에게

류수연 지음

연애라는 것이 늘 달콤한 것은 아니다. 넘기 힘들고, 넘기 싫은 고개가 연애에도 반드시 있다. 이럴 때 고민을 나누고 공감과 조언을 얻을 사람이 필요하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나와 같은 시기를 지나온 사람,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사람, 바로 엄마다. 엄마가 딸에게 같은 여자로서 연애를 하면서 느끼게 될 감정과 맞닥뜨릴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진솔하게 이야기해 준다면 딸은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는 연애를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딸아, 연애를 해라>의 저자인 류수연 교수는 로맨스에 관해 오랜 시간 연구해 온 학자이자 두 딸아이의 엄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은 아직 못 찾겠다고 말하는 그녀는 사랑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임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하고 주저하며 망설일 필요도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경계인의 시선
연대보다 강렬한 느슨한 연결의 힘

김민섭 지음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 중에서 ‘청년’은 이름만으로도 가장 경계에 자리하는 경계인다.  『경계인의 시선』은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을 말한다. 여기에서 연결은 기성세대가 감각하는 ‘연대’와는 결이 다르다. 청년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기를 바란다.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구호를 외치고 어깨동무를 하는 연대가 아니라, 어느 한 가지를 매개로 이어져 있으면 그만이다. 취향이나 지향이 비슷한 타인과 만나고 그들의 개인 정보를 묻는 일을 금지한다. 하나의 깃발과 구호 아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으로서 자신과 타인을 감각하면서 하나의 실체가 없어 보이는 조직을 움직여나간다. 이것이 최근 청년들이 보이는 가장 큰 세대적 특성이다. 사실 완벽한 중심도 주변도 없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경계인이다.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경계인으로서 타인을 감각하며 살아가야 한다.